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를 보고난 후의 생각(약한 스포일러 주의)


마블 스튜디오의 10년 농사의 결과물인 인피니티 워를 봤다.

영화 시작부분에서 뜬 로고 MAVEL STUD10S는 이 영화를 위해 10년을 달려왔다라고 말하는 듯 했다.

149분, 2시간 29분이라는 엄청난 러닝타임임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눈 감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이나 영화가 끝날 때 까지 끊임 없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태껏 영화를 보고 난 후 제대로 분석글이나 후기 같은 걸 써본 적 없었는데 후폭풍이 강해 안쓸 수 없다.




그 어떤 악역과도 다른 빌런, 타노스

이 영화는 도저히 우리가 타노스를 미워할 수 없게 했다.

과장 조금 보태서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들이 타노스를 방해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해도, 공감도 불가능하게 막무가내로 세상을 정복하려는 허접한 악당과는 차원이 다름을 느꼈다.


타노스를 추방한 타이탄은 멸망했고, 가모라의 고향은 굶주림이 없는 낙원이 됐다.

물론 타노스피셜이긴 하지만 가모라의 반응을 봤을 때 사실인 듯 하다.

우주의 자원은 유한하고 인구는 늘어나니 모두 죽지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진심으로 세상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타노스는 지위나 재산 등 아무 조건도 고려하지 않고 무작위로 절반을 죽이려고 한다.


게다가 타노스는 개인의 욕심으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다.

전우주적인 대의를 가지고 움직인다.

일단 목표 자체가 우주의 반이라도 구하는 것이니 말이다.

우주를 구하는 방법을 아는 자와 그 것을 실행하려는 의지를 가진자는 오직 본인 뿐이라는 말에서 타노스의 굳은 의지를 느낄 수 있다.

단순한 우주정복이나 개인적인 욕심으로 움직였다면 사랑하는 딸 가모라를 희생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지배나 살육이 타노스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여러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주의 절반을 죽이고 난 후 무엇을 할거냐는 질문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쉰다고 대답한 것이 그 중 하나이다.

실제로 결말에서 타노스는 옅은 미소로 평화로운 아침을 맞이한다.


대의를 위한 그의 의지 역시 어떤 히어로 보다 굳건하다.

로키와 가모라는 소중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스톤과 스톤에 대한 정보를 타노스에게 넘겼다.

타노스가 스톤을 가지면 안되는 걸 알면서도 도저히 눈 앞의 가족을 희생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타노스는 다르다.

가장 사랑하는 딸을 희생시켜 소울 스톤을 얻어냈다.

타노스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며 우주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

영화 후반, 어린 가모라에게 모든 것을 대가로 치뤘다고 말하는 장면은 타노스의 결심이 어느정도 였는지를 잘 보여준다.


도저히 타노스를 인피니티 워의 진주인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주는 선악을 구분하지 않는다

가장 사랑하는 자의 영혼을 바쳐야 얻을 수 있는 소울스톤.

가모라는 타노스같은 무자비한 사람에게 사랑하는 자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야말로 환호성을 지르며 말했다.

제 꾀에 넘어가서 꼴을 보고싶었다, 이 우주는 너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등 말이다.


하지만 타노스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제물로 바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을 운이 좋다고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운이 좋게도 가모라가 바로 옆에 있었다.

가모라를 희생하여 소울스톤을 얻는 타노스를 통해 선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오히려 우주를 구하려는 타노스를 악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봐야한다.

자신과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면서까지 세상을 구하려는 타노스를 악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누구라도 타노스의 방법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틀렸다고 해서 악은 아니지 않은가?




타노스 찬양글처럼 써놨지만 어쨌든 물리쳐야하는 상대이다.

엔트맨과 캡틴마블의 활약을 바라며 어벤져스 4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토르랑 아이언맨 정말 멋있다.